813, 딴 짓, 미즈치처럼 가라앉는 것

813

뤼팽의 4번째 이야기. 지금까지의 이야기들이 전반부였다면 이번 책부터는 본격적인 이야기들이 펼쳐진다고 할 수 있겠다. 세번째 이야기에서 ‘기암성’으로 단어의 암호를 제시를 했다면 이번 책에서는 숫자로 된 암호를 제시함으로 인해서 또한 새로운 면을 추구하고 있다. 또한 뤼팽은 절대로 살인을 하지않는다는 설정을 비웃기라도 하듯이 시작하자마자 사업가 케셀바흐의즤 죽음이 이어진다. 직접 아르센 뤼팽이라고 밝히고 있는 그의 소개. 그리고 손에 든 칼. 과연 뤼팽은 그의 신념을 깨고서 정말로 그를 죽인 것일까. 그렇다면 그가 찾고 있던 피에르 르뒥이라는 청년은 누구일까. 그가 어떤 청년이길래 그 사업가는 그토록 그를 찾았던 것일까. 그리고 이제는 그의 뒤를 이어 뤼팽까지 그릋 찾겠다고 나서는 것일까.

이때까지 뤼팽과 팽팽한 실력을 겨루던 가니마르 경감은 이번 책에서는 나오지 않는다. 대신 르노르망 국장이 등장을 한다. 경감보다는 헐씬 더 높은 위치에 있는 그의 등장. 그리고 국장과 더불어 총경까지 나오게 된다. 높은 사람이 등장을 하면 할수록 그가 범인이 아닐까 의심을 하게 된다. 아니면 뤼팽과 동업자가 아닐까 의심을 하게 된다. 진짜 총경이 맞을까 의심을 하게 되지만 그 의심은 또 생각지도 못한 곳에서 확신으로 바뀌게 된다. 물론 내가 생각지 못한 곳이라 해서 다른 사람들도 그러라는 법은 없겠지만 반전 아닌 반전으로 르블랑은 뤼팽의 재주를 보여준다.

‘변신의 귀재’라는 별명을 가진 뤼팽답게 이번 책에서도 그의 변신은 계속 된다. 어쩌면 독자들도 알 수 없게 변신을 하고 이름을 바꾸어서 읽는 사람들조차도 엉? 하면서 다시 쳐다보게 만든다. 그 사람이 그 사람인 것을 알고 나면 그제서야 앞에서의 의문들이 풀려간다. 만만치 않은 두께의 책답게 이번에는 그리 쉬운 내용들이 아니다. 뤼팽의 변장 아니 변신도 한번으로 일어나지 않는다. 때로는 공작으로 때로운 또 다른 신분으로 끊임없이 변신을 하며 이 사건을 풀어가려고 애쓴다. 과연 케셀바흐를 죽인것은 누구이며 그를 죽인 이유는 무엇일까. 케셀바흐 부인과 친하게 지내는 주느비에브란 처녀는 누구이며 그녀의 할머니와 둘이 살면서 아이들을 봐주는 그녀는 또한 뤼팽과 어떤 사이일까.

궁금증이 더하는 가운데 이야기는 점점 꼬여만 간다. 한사람씩 새로운 인물이 등장할수록 더욱 빠져나갈 수 없는 구렁텅이에 빠지게 된다. 절대 빠져 나오지 못하는 깊은 늪에 빠져있는 것만 같다. 나오려고 하면 더 깊은 곳으로 들어가버리는 늪처럼 이야기의 실마리를 찾아서 풀려고 하면 더욱 깊은 곳으로 빠져들어 종내는 그 잡고 있는 실마리까지도 사라지고 만다. 분명 그 살인사건을 풀라고 이니셜이 새겨진 담뱃갑이라던가 또는 목격자들을 주긴 했는데 그런 증거를 가지고 있으면서도 아무 소용이 없다. 실마리를 잡지 못하면 증거를 백개 가지고 잇어도 풀 수가 없다. 더군다나 목격자가사라지거나 죽음을 당해버리면 그 사건은 바로 그냥 미궁에 빠져버리는 것이다.

뤼팽을 쫓아다니고 있는 숫자 813의 존재는 무엇일까. 그 숫자의 비밀만 밝혀내면 이 사건의 배후도 밝혀지는 것일까. 전혀 생각지 못했던 정체를 파악하고도 이야기는 여전히 미궁에 빠져있다. 좀체 풀리지 않는 실뭉텅이 하나를 들고 앉은 꼴이다. 곧 울게 생겼다. 아니면 곧 포기하게 생겼다. 스릴러와는 다르게 논리적으로 이치적으로 감정을 배제한 채 이야기를 접해야 한다. 중간에 한번이라도 손에서 놓을 수 없다. 이야기가 긴장감이 있어 놓지 몫하는 스릴러와는 다르게 한번 이야기를 놓아 버리면 그 이후에 이어서 읽는데는 배나 힘든 노력이 들기 때문이다. 이성적으로 판단하고 그 이성을 증거와 접해서 사건을 하나하나 파헤쳐 가야한다. 오랜만에 머리 깨지게 복잡한 추리를 만났다. 이 다음 이야기에서는 뤼팽은 또 어떤 활약을 보여줄까. 이 사람의 매력은 대체 어디까지 인걸까. 궁금함이 계속 연결되는 시점이다.

딴 짓

흔히들 창조적인 일을 해야 하는 직업을 가지고 있는 사람들에게는 그렇게 말하고들 한다. 딴짓 좀 하라고. 그래야 새로운 생각이 샘솟는다고. 그냥 매번 같은 루틴만 반복하다가는 있던 창의력도 죽는다고. 그래서 광고회사나 디자인 회사같은 곳은 출퇴근 시간도 자유롭고 굳이 사무실이라는 공간에 가지 않아도 작업물만 전달되면 일하는데 지장이 없는 것으로 알고 있다. 하지만 일반적인 사회란 그렇지가 않다. 정해진 시간에는 어김없이 자신의 자리에 있어야 하고 그렇지 않으면 언제 자신의 자리가 없어질지 모르는 신세가 되어 버리며 조금이라도 딴짓을 했다가는 혼나기 일쑤며 그것은 비단 회사뿐 아니라 가정이나 학교에서도 마찬가지이다. 그런데 딴짓을 해서 성공을 한 사람이 있다면 그렇다면 과연 어른들은 아이들에게 딴짓을 하라고 권장하는 사회가 될수 있을까? 이 사회가 좀 더 크리에이티브 해질 수 있을까 말이다. 결론은 그래도 아.니.다.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책은 자신의 딴짓을 적나라하게 드러낸다.

총 70여개의 딴짓으로 구성되어 있는 책은 처음에는신변잡기적인 에세이의 형태를 띄고 있다. 이곳 저곳을 다닌 이야기를 적어내고 있고 자신이 다녀보았던 카페도 곧잘 등장을 해서 이곳이라면 나도 가보고 싶다라는 생각이 들게 만들며 머리속에 그 카페이름을 기억해 두려고 애쓰게 만들었다. 그러다가 자전거를 배우기 시작하면서부터는 자전거를 타고 또 멀리 멀리 이동을 한다. 겁도 없이. 그러다가는 또 산을 타기 시작한다. 가까운 산부터 시작해서 한라산에 이르기까지. 남자들도 힘들다는(본문에 등장하는 수정이라는 이름으로 미루어 보아 여자라고 짐작했다) 겨울산을 오르고 또 오른다. 그리고는 종내는 부모님을 이끌고 겨울산에 오르기 시작한다. 조금은 힘들어 하시는 아버지를 도와 자신이 목적한 곳에 이르고 나면 어머니가 하신 말씀을 듣게 된다. 그래서 너가 제주도를 이리도 들락날락 거렸구나라는. 그 맛을 엄마도 깨달으신 것이다.

이제는 산인가 싶은 무렵 그 다음에는 간간히 해외도 등장하고 그 다음에는 제주도가 줄기차게 나온다. 5년동안 제주도로 이사 갈 생각을 하고 있었다니 그 말 그대로 열심히도 드나들었나보다. 작가가 자주 간다는 팬션은 나도 나중에 가보고 싶을만큼 매력적이었다. 결국 제주도로 가지 목하고 앙덕리라는 요상한 지명에 꽂혀서 주저 앉아 버렸지만 꿈만은 언제나 가지고 있다. 언젠가 제주에서 살리라는. 나도 제주도를 몇번 가봤지만 바람불고 봄에도 춥고해서 별로였고 여름은 그나마 나았지만 그곳에서 살고 싶다는 생각은 들지 않았는데 사람마다 끌리는 느낌이라는게 있는 모양이다. 자전거를 타고 가다가 우연히 발견하게 된 장소. 그곳이 자신의 작업실이 될줄 작가도 그 당시에는 몰랐을 것이다. 서울에서 자전거를 타고 갈 수 있을만큼 멀지만 가까운 장소 그곳이 바로 앙덕리다. 여러가지 딴짓을 경험하면서 결국엔 자신이 원하는 곳에서 작업실을 얻고 그곳에서 적응을 하려는 시도를 하는 것으로 책은 끝났다.

한편의 여행기를 읽은 것 같기도 또한 에세이를 읽은 것 같기도 또는 짧은 시를 한 권 읽은 것 같기도 한 이 책. 이 책이 첫 책이 아니라 꽤 많은 책을 낸 전문작가, 강작가. 자신의 보금자리가 꾸며진 앙덕리 그곳에서 오늘은 떠 무슨 딴짓을 하며서 살고 있을지 작가의 삶이 궁금해진다. 작가란 모름지기 딴짓을 많이 해야 여러가지 경험을 통해서 멋진 글이 나오게 되는 것이 아닐까. 오늘도 여러곳에서 딴짓을 하고 있는 모든 작가님들 화이팅이닷. 수업시간에 딴짓하거나 업무시간에 딴짓하는 사람들 빼고. 집중하란 말이지.

미즈치처럼 가라앉는 것

미스다 신조. 호러의 대가로 알려진 그. 그의 이름을 최근에 들어 보았다. ‘붉은눈’이라는 단편집으로 들어본 그의 이름이지만 정작 그 작품은 읽어보지 못했고 정식으로 그의 책을 읽었던 것은 [사상학탐정] 시리즈였다. 탐정이나 형사 이런 캐릭터가 나오는 것을 좋아해서 아무런 정보없이 접하게 된 시리즈였는데 죽은 사람을 본다는 설정의 탐정이라는 점이 다른 캐릭터와 차별화가 되면서 또한 그런 능력으로 인해서 더욱 재미를 주게 되었다. 처음에는 자신도 당황을 하지만 차츰 자신의 능력에 적응이 되면서 더욱 멋진 모습을 보여주게 된다. 계속해서 다음 이야기가 나온다니 기대를 해봐도 좋을 것 같다.

약간은 최근의 이야기를 그리고 있는 사상학탐정과는 달리 도조겐야가 등장하는 시리즈인 이 책은 시대적 배경이 꽤 이전이다. 전쟁직후의 일본이 시대적배경이 되므로 그 당시 상황을 안다면 더욱 이해하기 쉬울듯 하다. 만주 벌판으로 피난을 갔던 사람들도 다시 자신의 집으로 돌아오게 된다. 그 귀항선에 구키 사기리씨와 세 아이도 같이 돌아오는데 남편은 없이 세 아이들과 함께 돌아오는 그녀는 어디서 머무르게 될까. 남편의 집으로 가게 될까. 하지만 항구에서 그녀를 기다리고 있는 것은 자신이 양녀로 갔던 미즈시신사에서 일하는 시게조씨. 그는 미즈시 신사의 신관이자 그녀의 양아버지인 류지가 보내서 왔다고는 하지만 그곳에서 사기리씨는 견디지 못하고 결국 움막 같은 곳에서 세아이와 함께 살게 된다. 첫째 아이를 향한 류지의 눈길을 견디지 못했던 것일까. 류지는 왜 그리고 첫째 아이만 이뻐하고 아끼고 사랑해 주는 것일까. 그 눈길을 알게 된 다른 두 아이는 더욱더 날카로운 눈초리로 류지를 감시하게 되는데 과연 그 아이들의 운명은 어떻게 될까.

네 개의 신사가 존재하는 하미마을. 그곳에서는 논농사를 주로 하고 있고 그래서 물이 아주 중요한 곳이다. 그래서 비가 오지 않으면 기우제를 드려서 비를 구해야 하고 비가 또 너무 많이 오면 제사를 지내서 비를 그치게 해달라고 해야한다. 그 모든 것은 네개의 신사에서 돌아가면서 하게 된다. 신사가 각기 다른 특징을 가지고 있고 저마다의 크기도 다르고 이번에는 가장 큰 미즈시 신사에서 제사를 지내기로 한다. 그 제사에 초대된 겐야와 편집자 소후에. 그들은 그 마을에서 또 어떤 일에 접하게 될까. 생각보다 긴 호흡으로 읽어 가야한다. 일반 스릴러처럼 처음 시작하자마자 이야기가 빵하고 터지지는 않는다. 도조겐야가 선배로부터 이야기를 들으면서 어떤 시대적 배경에 또한 어떤 공간적 배경에 뛰어들 것인지를 설명해주게 된다. 그 이야기가 거의 전반부를 이룬다. 그리고 겐야와 더불어 하미마을 이야기가 교대로 나온다.

겐야가 그 마을에 도착할 무렵 제사를 지내기 위한 준비는 절정에 이르게 되고 신사의 신관인 류지가 아닌 아들인 류조가 이번 제사에 神男으로 제사를 주관하게 된다는 이야기를 듣게 된다. 류지는 왜 자신이 직접 하는 것이 아니라 아들인 류조를 시키는 것일까. 이렇게 되면 오래전 있었던 그 사건이 떠오르지 않을 수 없다. 큰 아들 또한 제사를 지내는 신남으로 나섰다가 목숨을 잃은 경우가 있으니 그 또한 약간은 주저하는 마음이 있었을텐데 자신있게 류조를 내세우는 것은 무슨 이유일까. 이미 사기리씨가 죽고 세 아이만 남은 상황에서 그 아이들과 류지와의 관계는 또 어떤 것일까. 그저 단지 하나의 사건으로 끝나는 것인가 하고 따라가고 있을 무렵 중반부를 지나면서 이야기는 갑자기 급진전한다. 하나의 사건이 일어나고 그 사건을 해결하는 것이 아니라 더 많은 사건들이 계속해서 연속으로 일어난다. 이쯤 되면 연쇄살인사건으로 불려도 전혀 이상하지 않을 정도이다. 롤러코스터를 타는 느낌이다. 천천이 내려올 것을 생각하며 앞쪽으로 진격을 하는 기차. 꾸준한 속력으로 위를 위를 향해서 계속 올라가기만 한다. 그 시간이 꽤 길다. 하지만 그 시간을 견디고 나면 급속도로 추락하는 스릴을 맛볼 수 있을 것이다. 중반부까지 계속 되는 꾸준한히 설명을 읽어두어야 이후에 급속도로 벌어지는 일들을 따라갈수 있을 것이다.

또한 전문적인 탐정이 아닌 겐야의 캐릭터로 인하여서 읽는 사람들 또한 이리저러 빙황을 하는 느낌도 받을수도 있지만 그럼으로 해서 더 동일시 하게 되는 장점도 있다. 사실 뛰어난 탐정인 김전일이 가장 얄미웠던 것이 나는 아무것도 알지 못하는데 자신은 모든 것을 안다면서 ‘그사건은 이런거야’ 할 때였다. 그런데 이 작품의 겐야는 이 사람이 범인이가? 하면서 설명을 하다가 아니다 이 사람은 범인이 될수가 없네요 하면서 다른 사람을 지목하고 그런 식으로 다른 사람을 의심하면서 점점 범인의 근처에 접근하게 된다. 하지만 이 역시도 전혀 생각지 못하 반전이 있었으니 일단 범인으로 지목하고 가장 확실하게 알고 경찰에 신고하러 가는 길에서 진범을 알게 된다는 것이다. 전혀 생각지 못했던 마지막 히든 카드를 숨겨 놓고 있었던 것일까. 호러 소설의 대가가 쓴 추리소설 이야기. 과연 이 모든 사건의 범인은 누구일까를 겐야를 따라서 생각해 보는 재미가 아주 쏠쏠한 작품이다. 겐야의 다른 작품도 읽어보고 싶어진다. 다른 마을에서 다른 사건들을 또 어떻게 풀었을까. 이번 사건과 비슷한 방법으로 접근을 했는지 아니면 전혀 다른 방법으로 문제를 풀었을지도 관심대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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